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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좋아하는 시] 「선운사에서」 - 최영미
피토니아
2021. 1. 3. 17:5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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꽃이
피는 건 힘들어도
지는 건 잠깐이더군
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
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
아주 잠깐이더군
그대가 처음
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
잊는 것 또한 그렇게
순간이면 좋겠네
멀리서 웃는 그대여
산 넘어 가는 그대여
꽃이
지는 건 쉬워도
잊는 건 한참이더군
영영 한참이더군
- 「선운사에서」, 최영미, <창작과 비평>, 1992
이따금씩 잊혀진 것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.
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연인,
날 미소짓게 한 순간,
감정에 북받쳐 눈물이 터져나온 순간처럼
단편적인 순간이 이따금씩 떠오른다.
추억은 갑자기 나타나 사람 마음을 엉망진창 뒤흔들고는
저멀리 도망간다.